2007-09-06

스몰 파켓 정리_류한길

류한길 블로그


8월 27일

저저번주 토요일의 앨범 발매기념 공연은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을 한 것이라면 저번주 토요일은 미디어버스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진 메이킹 워크샵 시간이었다. 사실 진이라는 것을 규정하는 것이 간단한 듯 보여도 결코 그렇지도 않고 여기저기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 점만 보아도 지속적인 논의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워크샵 이후에 관계자들끼리 모여서 몇가지 논의를 했었다. 지금 그것에 대해서 내 생각을 말해보고 싶다.

보통 무슨 일을 하고자 할때에는 명분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토요일에 진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small packet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떤 명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진이라는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의 가치가 인정받는 최소한의 문화와 이해관계라는 것이 생기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레이블을 하는 것은 내가 출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진을 어떤 의무감을 느끼면서까지 출판을 해야 할 책임감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진 워크샵은 진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아직 부정확하게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무시되는 현 시점에서 그것들이 온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경험을 통해 작지만 여건을 마련 해보기 위한 것들이지 나 스스로가 진 문화의 선봉장이라도 되는 양 나서서 ‘한국 진 문화 발전에 어쩌구….’ 따위의 발언을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미디어버스든, 매뉴얼이든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출판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 같다. 우리가 함께 워크샵을 한다고 해서 ‘교육’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험의 공유’를 우선시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류의 선언들이 발생하는 기획들의 대부분은 일반 대중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일반에게 무엇은 소개하고 어쩌고….’하는 기획들의 대부분은 규모를 통한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던 것 같다. 나 또한 분명히 일반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반을 교육하거나 계몽하는 식의 관점들, 기획들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공격적인 홍보와 마켓팅을 구사하지 않는 것은(구사할 능력도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소수를 대상으로 시작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소수자가 일반 대중이든 작가든 상관없다.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욕구 또는 갈증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내가 레이블을 운영하고 미디어버스와 함께 small packet를 기획, 진행하는 것은 그러한 일들이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이고 그 무엇인가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경험이라는 것을 공유해보고 싶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교육’으로 진행이 된다면 내가 말하는 경험적 정보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나는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 기획자들, 교수들이 알량한 지식 몇가지만을 마치 자기것인양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우려먹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고(10년이 지나도록 커리큘럼이 바뀌지 않는 교수의 예를 생각해보자), 그것이 바로 현 시점에서 가장 배척해야할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어쨌거나 워크샵이 ‘교육’이 되어버린다면 정말로 단호히 그만 두어야 할 듯 싶다.

동시에 ‘모두가 다 만들 수 있는 진’이라는 것이 어떤 출판매체에 대한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문제들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몇몇 인디록의 선배그룹들 중 일부의 입에서 앨범 발매가 자유로와 지면서 ‘개나 소나 앨범을 발표 한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들은 일이 있다. 이런 발언 자체의 심각한 문제와는 별개로, 분명히 완성도나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하향평준화가 진행되었다고 생각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을 잘 생각해 보면 일단은 모두가 다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이 성립이 되었을 때, 그 만큼 인상적인 작업들을 찾아낼 시야라는 것도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내가 기술발전, 미디어 테크놀러지의 발전에서 긍정을 하는 단 한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게 될 때, 기존의 음악적 가치관은 경험을 통한 몇가지 의심들에 의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 지금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기존의 것에 대한 의심과 그로 인한 가치관의 흔들거림이다.

어쨌거나 미디어버스와 매뉴얼은 지금도 시행착오를 계속 하고 있고 계속 논의를 경험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나는 큰 소득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워크샵의 향방은 조금 오리무중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 시도라도 안해봤다면 논의도 없었을 것이 뻔하니까.

내가 지금에 와서 더 뼈저리게 그끼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 뭔가를 시도해 보지는 않으면서 미리 상황판단, 가치판단만 하는 사람들이 많냐는 것이다. 아니면 조금만 된다 싶으면 부피부터 키울려고 하거나.

워크샵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너무나도 고생해준 경용씨, 정연씨, 순구씨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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